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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소로스( SOROS CHENG ) STORY BIZ & LIFE
경영 삶의이야기

경영자의 자세

by SOROS CHENG 2007. 7. 20.
 



 


 

 


미국 VC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업자의 덕목에 대해 얘기해 보고 있습니다. 맨 처음 덕목은 정직성이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두 번째는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Listening하는 자세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경영은 창업자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대표이사가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확고한 리더쉽을 발휘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또, 우리 나라에서 중소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비합리적인 사업 관행과 많이 부딪히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온순한 경영자는 사업을 하기 쉽지 않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습니다. Ahnlab의 안철수 박사님 같은 경우는 이런 일반적인 관념에서 벗어난 아주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미국에서 벤처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좀 다릅니다.

첫째, 미국 벤처 기업은 벤처캐피탈이 지배하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므로 대표이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적기 때문에 이사회와 의견을 조율하면서 회사를 운영하는 능력이 아주 중요합니다. 미국 벤처기업의 이사회는 한국 기업의 이사회처럼 요식 행위가 아니라 세부 사항까지 논의하는 실질적인 의사 결정 기구로서 열띤 토론과 논쟁이 벌어지고,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이행해야 합니다.

대표이사가 "내가 사장이고 이들은 단지 투자자일 뿐인데 나를 좌지우지하려고 하다니" 하는 식으로 불쾌하게 생각하고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항을 자기 의견대로 처리한다면 이사회는 유명무실해집니다. 미국 벤처캐피탈은 자기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상황, 즉 자기가 투자한 자금을 사용하는 사람과의 신뢰 관계가 깨졌다고 생각하면 미련을 갖지 않고 투자를 중단합니다. 그러므로 이사회의 결정을 어기고 독단적인 결정을 하는 경영자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둘째, 미국 벤처 기업의 경영자는 벤처캐피탈과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미국에서 벤처 기업을 창업한 후 실패든 성공이든 끝을 보기 위해서는 보통 2천-3천만 불 정도의 자금이 필요합니다.

통신 장비처럼 개발 기간과 인력이 많이 필요한 분야는 1억불 이상을 Funding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정도 자금을 조달하려면 벤처캐피탈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미국의 벤처기업 창업자는 자기가 벤처캐피탈의 구미를 맞추어야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냉정하게 현실로 받아 들입니다.

미국의 벤처 창업자들은 벤처 창업을 일회성의 이벤트가 아니라 하나의 business model로 생각합니다. 창업하여 보통의 직장 생활로는 모으기 어려운 큰 금액을 한번에 벌고 나면 대부분 다시 창업하고 싶어합니다. 위험도 크지만 성공했을 때의 큰 보상과 성취감을 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창업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를 믿고 또다시 투자해 줄 벤처캐피탈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창업자들은 자기가 투자자에게 이익을 안겨 줬더라도 자신이 이사회와 잡음을 일으키는 창업자로 평가 받으면 투자 받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속으로는 "내 생각대로 하면 더 잘 될 텐데" 하고 생각하더라도 끝까지 벤처캐피탈과 협의해서 결정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습니다.




셋째, 이사회에 참여하는 벤처캐피탈도 상당한 업계 경력과 인맥, 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이 실제로 경청할 가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미국에서 투자한 기업이 한국 대기업과의 거래에 대해 고민할 때는 제 조언을 따르게 됩니다. 제가 한국 시장 상황과 대기업의 관행에 대해 자기들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 창업자의 경우 미국 시장의 동향에 민감한 제 조언을 듣기 보다는 자기 판단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은 얘기를 더 신봉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 분야에는 작년부터 충분한 자금을 투자 받고 좋은 인력을 보유한 선발 업체가 3-4곳 있으므로 지금 시작하는 것은 좀 늦은 것 같습니다."라고 조언을 해도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물론 제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경쟁에 대해 염려하는 창업자라면 최소한 제가 언급한 선발 업체들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타당성 검토를 더 해 봐야 하는데, 본인이 사업을 하고 싶어서 객관적인 정보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결정한 것이 맞기를 바라고, 자기의 결정을 합리화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은 자기 혼자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끌어들인 투자자와 많은 직원들이 함께 실패하는 것이므로 좀 더 높은 수준의 자기 검열과 열린 마음을 필요로 합니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경쟁하고 싶다면 창업자 자신부터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투자자의 의견을 듣지 않는 닫힌 마음과 자기 Agenda를 우선해서 결정을 내리는 창업자가 펀딩해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분류되는 것, 이것이 미국 시장의 창업자 판단 기준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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